유등 유촌 ‘버들학당’ 눈시울 적신 ‘책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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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등 유촌 ‘버들학당’ 눈시울 적신 ‘책거리’
  • 서보연 기자
  • 승인 2017.11.16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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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월 동안 읽고 쓰고 그리고 웃다” 할머니 학생 15명의 ‘시ㆍ그림 솜씨’

유등면 유촌마을 경로당에서는 지난 13일, 버들학당 할머니학생 15명이 수료증을 받았다.
‘2017년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지원사업으로 순창문화원이 주관한 8개월간의 ‘섬진강 물 길 따라 늘 푸른 버들학당’ 수료증을 받은 것이다.
유촌마을 경로당 입구에는 어르신(할머니)들이 만든 시, 꽃과 풀잎으로 염색한 손수건, 단추로 만든 가방, 그림 그린 책가방, 점토로 만든 자화상, 내 생애 처음 그림일기 등이 전시되어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날 책거리는 1부 내빈소개 및 인사, 2부 솜씨 뽐내기-싱글벙글 여는 노래, 시낭송, 책 읽어주는 할머니, 함께 덩실덩실 민요 한 자락 등의 시간으로 이루어졌다.
8개월간의 학습 모습을 찍은 5분여의 영상이 상영됐다. 영상에는 글을 쓰는 모습, 산수를 배우는 모습, 손자에게 줄 햄버거를 만드는 모습, 풍선을 날리는 모습, 전주 교복 여행 모습 등을 담았다.
영상을 본 후, 유금순, 강의숙, 최희순, 최정자, 박영자, 채길순, 채맹이, 김영순, 최봉순, 서야실, 김사순, 김감수, 이향자, 김서운, 정삼례가 ‘책 읽어주는 할머니’가 되어 <훨훨 간다>(권정생 글ㆍ그림)를 돌아가며 읽었다.
유금순 할머니는 ‘웃음이 절로 나오등만’을 낭독했다. 이향자 할머니는 버들학당을 마치는 마음을 시 ‘반가운’에 담았다. 할머니들과 할머니들을 가르치고 할머니들에게 배운 황호숙 씨는 “왠지 마지막일 것 같아서 모두 눈물을 보였다. 안 울려고 했지만 다들 눈시울을 적시는 통에 저도 울었다”고 전했다. 할머니들은 평생 처음 손수 지은 시를 낭독하고 박수를 받았다. 밤새 ‘가나다라’ 외우고 쓰고 읽고, 구구단도 외우고, 예쁜 교복입고 전주 한옥마을로 소풍 다녀온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고 모두 한 말씀 하자는 제안에 애써 식힌 눈시울이 다시 뜨거워 졌다.
할머니들은 교가 ‘공부만이 정말 내 싸랑인데’를 불렀다.
김원옥교사, 박인순교사, 황호숙 교사의 수고와 사랑이 곳곳에서 묻어났고, 교사를 향한 할머니의 고마움과 사랑, 헤어지는 아쉬움이 가득했던 졸업식이었다. 

 

웃음이 절로 나오등만

유금순(84ㆍ유등 유촌)
 
웃음이 절로 나오등만
나이가 요렇게 묵어갖고
중학교 교복을 다 입어보고
참말로 좋을 수가 없어
세상이 좋아져서
요런 귀경도 하고
사진도 찍어 쌌고
한옥 마을 돌아다니는디
모다 쳐다봉게
웃음이 절로 나와 불드만.
출세했지

 

 

반가운

이향자(71ㆍ유등 유천)

올해는 유달리 비가 안 왔다
봄에 고추심고 비가 안 와서
경운기로 물을 주고
애로가 많은 봄이였거늘
벌써 가을이 왔다
올 가을은 태풍도 안 오고
비가 곱게 왔다 / 풍년이다
곡식은 풍년이거늘
내 마음은 흉년이다
선생님들과 앞으로 함께 있을 날이
쬐금 남아 내 마음은 흉년이다
내년에도 함께하는 바램입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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