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연의 그림책(8) 공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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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연의 그림책(8) 공원에서
  • 김영연 길거리책방 주인장
  • 승인 2021.05.12 1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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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이의 계절, 오월입니다. 오늘 함께 읽고 싶은 그림책은 공원에서(앤서니 브라운)라는 그림책입니다. 어느 날 산책 나온 엄마와 아들, 또 다른 가족 아빠와 딸, 네 사람의 목소리(시선)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과연 공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요?

여기 멋진 집에 사는 엄마와 아들 찰스가 있습니다. 산책갈 시간이 되어 엄마와 함께 찰스는 빅토리아()를 데리고 나섭니다. 또 다른 가족 아빠와 스머지도 강아지를 데리고 공원으로 향합니다. 아빠는 일자리가 없어 벤치에 앉아 신문의 구인광고를 보고 있습니다.

공원에서 만난 두 강아지는 금세 친해집니다. 아이들도 회전목마를 타고 분수대에서 같이 놀면서 점점 가까워집니다. 반면 찰스 엄마와 스머지 아빠는 서로 데면데면 눈길도 주지 않고 대화도 없습니다.

찰스 엄마는 낯선 아이(스머지)와 이야기하는 아들을 보고 화들짝 놀랍니다. 아이를 불러 꾸짖고는 서둘러 집으로 돌아갑니다. 아들 찰스는 못내 아쉬운지 뒤를 돌아봅니다. 이때 공원의 큐피트 동상의 화살이 찰스를 향해 있습니다.

스머지는 공원에서 찰스를 만나서 재미있게 놉니다. 찰스는 스머지에게 꽃 한 송이를 꺾어 주었습니다. 하지만 찰스 엄마는 화가 나서 무서운 모습입니다. 스머지는 아빠와 함께 집으로 돌아옵니다. 다행히 아빠는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스머지는 집에 돌아와 꽃을 컵에 꽂아 아빠한테 선물로 드립니다.

이 이야기에는 두 가족이 나옵니다. 찰스와 찰스 엄마, 스머지와 스머지 아빠. 두 가족 모두 한 부모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어느 가족이 행복해 보이시나요?

경제적으로 보면 찰스네가 행복해 보입니다. 저택에 살고, 엄마는 멋지게 차려입었습니다. 아들의 이름은 찰스(영국 황태자 이름), 심지어 강아지 이름도 빅토리아(영국 여왕의 이름)입니다. 한마디로 럭셔리한 이름이지요. 하지만 찰스는 친구가 없습니다. 엄마의 눈에 비친 공원은 아름답습니다. 반면 찰스의 눈에 비친 공원은 휑하고 쓸쓸합니다. 공원의 나뭇가지와 가로등마저 찰스 엄마의 모자를 닮았습니다. 찰스와 찰스 엄마는 서로 눈을 마주치지도 않고, 대화도 없습니다. 엄마가 일방적으로 지시합니다. 산책가야 할 시간도 정해져 있고, 낯선 아이와 노는 것을 불안해하고, “찰스, 이리와, 어서!” 소리를 칩니다. 찰스는 그런 엄마에게 더 놀고 싶다고 말도 못한 채 집으로 돌아와야만 합니다. 시무룩해져서 뒤돌아보는 아이의 모습이 엄마 그림자 속에 묻혀 있습니다. 아마도 찰스 엄마는 아이를 자신의 품 안에서 안전하게 잘 키우고 싶었겠지요. 찰스에게 소위 마마보이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반면 낡은 청바지 차림의 스머지 아빠가 공원으로 향하는 길은 쓸쓸합니다. 나무도 앙상하고, 컴컴한 거리의 초상화는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공원도 춥고 어둡게 느껴집니다. 스머지 아빠의 심정입니다. 반대로 스머지 눈에 비친 공원은 알록달록 화려합니다. 즐겁게 조잘대는 스머지 덕분에 스머지 아빠는 희망을 버리지 않습니다. 스머지와 돌아오는 발길이 한결 가볍고 환합니다. 거리도 밝고 따스합니다. 초상화 속 인물들이 춤을 춥니다. 저 멀리 높은 건물 위에 고릴라의 힘찬 모습이 보입니다. 한결 자신감을 회복한 아빠의 모습으로 비쳐집니다. 스머지는 아빠를 행복하게 하는 존재입니다.

오월은 가정의 달이라고 합니다. 여러분은 부모님에게, 혹은 자녀들에게 어떤 존재이기를 원하시나요? 여러분의 가족은 어떤 모습인가요? 가족의 형태도 시대에 따라서 달라져 갑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가족과의 만남도 예전같지 않습니다. 지금 누구와 함께 하고 있나요? 배우자? 부모? 자녀? 형제? 친구? 동료? 이웃? 지금 함께하고 있는 이가 바로 가족아닐까요? 곁에 있는 이에게 행복을 주는 존재가 되시기 바랍니다.

이 이야기는 공원이라는 같은 공간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한 서로 다른 관점에서 쓴4명의 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물의 성격에 따라서 같은 행동도 서로 다르게 이해함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은 아이들은 나이가 어릴수록 4개의 시선을 4개의 사건으로 받아들이곤 합니다. 왜냐면 4개의 이야기 속 공원의 모습이 마치 서로 다른 계절인 것처럼 너무나 다르기 때문입니다. 작가는 등장인물의 마음을 서로 다른 풍경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각각의 그림 속에 숨겨져 있는 작가의 메시지를 찾는 것도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책을 읽는 즐거움의 하나입니다.

추신 : 그림책의 원제가 VOIVES IN THE PARK이다. 아주 오래전(2001)공원에서 일어난 이야기로 출판되었다가 절판되었는데, 이번에 공원에서라는 새 제목과 새로운 번역으로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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