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고, 두지ㆍ외이마을 ‘농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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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고, 두지ㆍ외이마을 ‘농활’
  • 윤승희 기자
  • 승인 2019.05.30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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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고 힘들지만 보람 있어요’, ‘어르신 격려에 보람 느껴요’

▲두지마을과 외이마을로 2박 3일 농활 온 담양 한빛고 2학년 학생들이 농활 마지막 날, 직접 그린 마을벽화 앞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풍산 두지마을과 유등 외이마을이 모처럼만에 활기에 찼다. 지난 21일부터 3박4일 동안 담양 한빛고등학교 학생들이 농활(농촌봉사활동)을 온 것.
학생들의 농활 모습을 보러 풍산 두지마을에 갔다.
때 이른 더위로 30도를 넘나드는 한 낮, 학생 68명과 인솔교사 6명이 두 마을에서 각각 5두레(농촌에서 농사일을 공동으로 하기 위하여 마을·부락 단위로 둔 조직)로 나눠 활동했다.
기상 시간은 새벽 5시 반, 번갈아 식사를 준비하는 두레팀은 알람 소리에 새벽잠을 쫓고 아침식사를 준비했다. 밑반찬 몇 가지와 찌개를 끓이고, 하얀 쌀밥을 지어 맛있게 먹었다. “처음 미역국을 끓였는데 이 세상 음식 같지 않은 맛이었다”며 그 맛이 다시 떠오르기라도 했는지 미간을 찌푸리는 학생의 표정이 귀엽다. 그래서 어떻게 했느냐고 묻자 “요리 잘 하는 친구가 와서 이것저것 넣고 응급처방을 해줬다. 미역국 맛이 났다. 나중엔 맛있게 먹었다”고 말했다.
하루 일과 시작 시간은 아침 7시, 각 두레별로 맡은 활동에 들어간다.
3박4일 동안 고등학생들은 농촌마을에서 어떻게 마을사람들을 돕고 어떤 활동을 할까. 학생들은 무엇을 체험하며 무엇을 보고 느꼈을까.
고등학교 2학년 아이들은 순창 작은 마을에서의 농활을 미래 어느 순간에 떠 올리게 될지 궁금했다.
한빛고 학생들의 농활 모습을 둘러보았다.

마을 벽화, 잊힌 공간에 그림 입혀

두승마을 앞 공터에 들어서자, 주차장 앞 한 농가 벽에 그림을 그리고 있는 학생들이 보였다.
챙 넓은 모자와 긴 팔 옷을 입고 더위를 피하는 나름의 방편들로 무장했지만 이미 얼굴은 발갛게 익었다. 이마와 콧등에는 땀이 송글송글. 벽화 그리기 시작한지 3일째, 벽화는 완성단계였다. 학생들은 “날씨가 너무 더워서 유성 물감이 바로 굳어 작업하기 어려웠다”면서 흐르는 땀을 훔치면서도 작업을 멈추지 않았다. 학생들의 얘기를 굳이 듣지 않아도 한 낮 작열하는 콘크리트 바닥에 펼쳐 놓은 화구들만 봐도 작업이 쉽지 않았음이 짐작되었다.
학생들은 “마을 할머니 할아버지들께서 고생한다며 다정히 말 걸어주고 격려해줘 기쁘고 보람을 느낀다”고 입을 모았다.
“각자 그리고 싶은 것을 창작해서 그렸다”는 마을 벽화는 ‘심부름하는 아이, 강아지, 홍시가 주렁주렁 달린 장독대와 귀여운 아이들, 양말이 널린 빨래줄’ 등 정겹고 푸근한 시골 마을을 잘 표현한 ‘걸작’으로 보였다.

“감자 꽃은 처음 봤어요”

첫날 고추밭의 풀을 뽑고, 팔이 너무 아파서 파스를 붙였다는 학생들을 만났다.
무릎까지 큰 감자밭 고랑을 따라 풀을 매고 있던 학생들은 신기하다는 듯 들뜬 표정으로 “감자는 먹기만 했지, 밭에서 자라는 감자도, 하얀 감자꽃도 처음 본다”고 말했다. 중학교 때 학교 텃밭에서 호미질은 해봤다는 학생들은 밭고랑 사이에 감자만큼 큰 식물이 풀인지 작물인지 몰라 잠시 호미질을 멈추고 망설였다. 이 때 함께 밭을 매고 있던 선생님이 그건 명아주라고 알려주며, 작은 풀은 호미 등으로 득득 긁어주는 게 효과적이라며 밭 매는법을 알려주었다.
역시 가장 힘든 건 더위. 그렇지만 학생들은 불평 한마디 없이 묵묵히 고랑 고랑에 가득한 풀을 맨다. “생각보다 힘들다”는 서툰 호미질이지만 학생들이 지나간 고랑이 정갈하다. ‘밭작물은 주인 호미 끝에서 자란다’는 동네 어르신 말씀이 참으로 옳다.

주민과 학생들의 마음 나누기

둘째 날 저녁엔 두지마을 청년회가 학생들과 농촌 현실, 식량 자급 문제 등을 주제로 대화하고, 학생들은 두레별로 토론해서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마지막 날 저녁엔 마을주민들과 학생들이 정성껏 마련한 음식을 함께 나누어 먹으며 작은 잔치를 열었다. 학생들은 미리 준비한 장기를 자랑하며 뽐냈고 주민들은 흥겨운 노래로 학생들의 박수를 받았다. 잔치를 마치고도 아쉬운 마음을 달래려는 듯 학생들과 마을주민들의 이야기소리가 두런두런 오래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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