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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지만 재미있는 북한말(12)

기사승인 2019.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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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복은 치마저고리, 원피스는 외동옷 , 투피스는 나뉜옷 - 북한의 패션

2000년대에 들어와 20대 북한 여성들의 패션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두 가지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첫째는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절을 거치면서 해외에서 수입돼 상점이나 시장에서 판매되는 의류와 신발이 크게 늘었다. 1990년대 국가의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중국 등지에서 수입된 의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북녘 여성들의 패션에도 큰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둘째는 중국 등 외국과의 교류가 늘면서 자연스럽게 ‘세계적 추세’에 따라가는 경향이 나타났다. 북한 여성들이 종전의 흰색과 검정, 회색 계열의 단조로운 복장에서 탈피해 꽃무늬 원피스를 착용하고, 주홍색 등 원색의 와이셔츠나 티셔츠, 심지어 무릎까지 드러나는 짧은 치마를 입기 시작한 것이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북한에서 ‘패션’은 문화예술계 종사자나 해외체류자 등 일부만 이해하는 개념이었다. 그러나 이제 평양 등의 도시에서는 ‘패션’에 관심이 갖는 층이 폭넓게 자리 잡기 시작했다. 젊은 여성들의 패션은 날이 갈수록 과감해지고 있다.
정책도 통제와 단속 일변도에서 변화해 ‘다양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1990년대 옷 전시회(패션쇼)를 열기 시작한 북한은 ‘2000년도 조선옷전시회’에서는 치마저고리(한복)를 비롯해 양복, 외동옷(또는 달린옷, 원피스), 나뉜옷(투피스), 샤쯔(셔츠), 겉옷(외투) 등 92점의 여성 옷 작품을 내놓았다. 2003년부터는 매년 ‘전국 조선옷 전시회’를 열어 새로운 치마저고리, 일상옷, 명절옷, 결혼식옷, 어린이옷 등을 선보이고 있다.
북한 당국의 변화된 흐름은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몇 년 전 화제가 된 리설주 부인의 패션과 모란봉악단 단원들의 파격 의상은 지난 10년간 변화된 북한의 패션경향을 일정 정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패션의 정치적 힘을 말해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회자되는 대표적 사례가 있다. 1961년 4월 미국의 피그스만 침공 사건으로 존 에프(F) 케네디 당시 미국 대통령과 샤를 드골 프랑스 대통령은 껄끄러운 사이가 됐다. 이때 케네디 대통령의 프랑스 순방에 동행한 퍼스트레이디 재클린 케네디가 프랑스 패션업계를 위한 특별 조치로 프랑스 대표 브랜드인 ‘지방시’를 입고, 프랑스 국민과 언론의 환대를 받음으로써 양국의 관계회복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이런 측면에서 북한이 보여준 ‘리설주 패션’은 변화하고 있는 젊은 세대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가고, 새로운 패션문화를 조성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세련미와 화려함, 실용성을 추구하는 북한 신세대 여성의 지향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또한 패션의 변화는 가치관의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젊은 세대의 변화만으로 북한 사회에 새로운 ‘패션 문화’가 일반화됐다고 말하기는 힘들 것이다. 북한에서는 여전히 남자의 경우 인민복과 검은색 양복, 여성들의 경우 치마저고리가 차림새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목할 점은 북한 주민들의 패션이 다양해지고 있고, 북한 당국이 이를 점진적으로 수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또한 북한 주민들의  패션에 대한 인식 변화는 남과 북 젊은 세대의 이질감을 줄이고, 공감대를 넓힐 수 있는 통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림재호 편집위원 ljh0525@openchang.com

<저작권자 © 열린순창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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