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을 위한 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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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을 위한 개헌
  • 구준회 사무국장
  • 승인 2017.11.09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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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구준회 순창군농민회 사무국장

국회 개헌특위가 2018년 국민투표를 목표로 활동을 하고 있다. 개헌 논의가 구체적으로 진행되는 것은 87년 6월항쟁 이후 대통령 직선제가 시행된 이래 처음이라고 한다. 이전 정권에서의 개헌 논의는 주로 ‘이원집정부제’, ‘의원내각제’ 등 ‘권력구조개편’이라는 미명아래 정치권의 권력싸움에 지나지 않았고, 그때그때 달라지는 ‘정치공학’에 의거 번번이 무산되었다. 문재인대통령은 제37주기 5ㆍ18 민주화운동 연설에서 5ㆍ18정신을 헌법전문에 넣겠다고 밝혔다. 어느 정부에서 논의되었던 것보다 ‘민주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개헌특위에서 헌법 개정안에 동일노동 동일임금, 성평등, 국가의 차별개선 노력 등의 내용을 담는데 뜻을 모았다니, 이번 개헌에 대한 기대를 해본다.
헌법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 사전에서는 ‘국가통치체제와 기본권 보장의 기초에 관한 근본법규’라고 정의한다. ‘기본권’. 국민의 기본권이란 권리와 의무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되어, 헌법에서 권리와 의무에 관한 내용을 찾아보았다. 제2장 국민의 권리와 의무 중 제10조에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갖는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그렇다. 국민은 누구나 존엄을 갖고 있고, 누구나 행복할 권리가 있으며 국가는 국민의 존엄과 행복 추구를 보장할 의무가 있다.
대한민국 국민은 현재 얼마나 행복하다고 느낄까? 국제연합(UN)에서 세계 155개국 국민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7년 세계행복보고서라는 자료에는 세계 1위 노르웨이부터 덴마크, 아이슬란드, 스위스 순이며 대한민국은 56위다. ‘행복지수’를 어떤 기준으로 측정하는가에 따라 천차만별이겠지만, 56위라니 생각보다 높았다. 2016년의 대한민국 국민보다 2017년의 대한민국 국민의 행복지수가 상승했을 것이다. 어떤 기준으로 ‘행복지수’를 측정하던 간에 노르웨이, 덴마크, 아이슬란드, 스위스라는 나라들은 늘 상위권에 있는 것 같다. 이 나라들은 대부분 ‘복지국가’이고 ‘차별이 없는 사회’라고 알고 있다. 또한 국가의 재정으로 무상의료, 무상교육이 보장되며 청년수당이 지급되고 있다고 알고 있다. 대한민국의 현실에 비춰보면 ‘행복지수 56위’가 의문스럽다. 청년수당을 포퓰리즘이라며 기초자치단체 의원들이 이를 추진하는 단체장을 비난하고, 무상교육은커녕 어린이집 보육을 지방자치단체에서 알아서 해결하라는 것이 지난 정부의 행태였다.
헌법과 농민의 행복권 추구에 대해 고민하며 스위스는 어떻게 농업을 헌법으로 보장하고 있는지 자료를 보면서 국가의 농업에 대한 책임이 국민의 행복추구권과 얼마나 밀접한 관계가 있는지 새삼 생각하게 된다. 스위스의 헌법에는 “연방은 농업부문이 지속가능하고 시장지향적 생산정책을 통해 다음 각 호에 대한 본원적인 기여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하여야 한다”며 ‘국민에 대한 식량의 안정적 공급’, ‘자연자원의 보전 및 경관의 보전’, ‘전국에 걸친 분산적 인구 정착’ 등을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헌법에서 농업에 대한 국가의 의무와 책임을 규정한 내용은 무엇이 있을까? 제121조 1항 “국가는 농지에 관하여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농지의 소작제도는 금지된다.” 2항 “농업생산성의 제고와 농지의 합리적인 이용을 위하거나 불가피한 사정으로 발생하는 농지의 임대차와 위탁경영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인정된다.” 제123조에 1항 “국가는 농업 및 어업을 보호 육성하기 위하여 농어촌종합개발과 그 지원 등 필요한 계획을 수립, 시행하여야 한다.” 이렇게 농업에 관한 내용을 ‘압축, 요약’하여 ‘일축’하였다. 이는 농업을 위한 규정으로 볼 수 없으며, 스위스의 헌법 내용과 비교되지 않을 수 없다.
농민에게 ‘기본권’이란 말 그대로 농사를 지을 권리와 책임일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권리와 책임을 다 할 수 있을 때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농민으로서 행복하다는 것은 곧 농사짓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농사지음으로서 행복하려면 농산물에 대한 가격이 안정적이어야 한다. 매년 널뛰기하는 농산물 가격, 그나마 30년 전에 가격에서 20년 전 가격으로 오른 2017년의 쌀값으로는 농민이 행복할 수 없고, 농업을 지속할 수 없다. 값싼 수입농산물의 홍수 속에 우리 농산물은 외면 받는 현실 속에서 농민은 계속 농사를 지어야 하는지 수없이 고민하게 된다. 달리 방법이 없어 다시 씨앗을 뿌리고 기르며 수확을 한다. 하지만 매년 빚만 늘어갈 뿐이다. 노동자는 헌법으로 ‘최저임금’을 보장받고 있지만 이마저 악용되어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이 됐다. 그래도 아무런 법적 장치 없는 농산물가격보다는 낫다는 위안을 삼아야 하는 것이 농민의 현실이다.
2005년 11월, 정부의 쌀 개방을 반대하다 공권력의 폭력진압으로 희생되신 전용철 농민. 2015년 11월, 대통령이 공약한 쌀값을 보장하라는 농민들에게 뿌려댄 물대포에 세상을 떠나신 백남기 농민. 농산물 가격을 보장하라는 농민들의 요구를 우루과이라운드, 자유무역협정 조항에 위배 된다며 무조건적인 농업의 희생을 요구해온 대한민국 정부.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농산물 최저가격을 보장하는 개헌, 농업의 다원적 기능과 공익적 가치를 인정하는 개헌, 식량주권을 실현하는 개헌으로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이 될 수 있도록 전국의 농민들이, 5000만 국민과 함께 한 목소리로 정부와 정치권에 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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