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이야기하는 제일고 밴드부 ‘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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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이야기하는 제일고 밴드부 ‘카노’
  • 조남훈 기자
  • 승인 2017.09.14 16:3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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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청소년 밴드경연대회서 ‘금상’

▲10명의 학생들이 ‘독학’한 연주 실력이 큰 상을 받았다. 학생들은 연습시간이 늘 부족하다. 대회에서 받은 상이 더욱 값진 이유다.
학교ㆍ학원 수업에 연습시간 부족해
감성 자극하는 연주로 관객과 교감

전문 악기학원도 다니지 않는 학생들이 대형 사고를 쳤다. 제일고 밴드부 카노(CANO) 학생들이 전북 청소년 밴드대회에서 큰 상을 받아왔다.
제일고 1~2학년 10명이 활동하는 학교 동아리 ‘카노’는 지난 2일 전주에서 열린 청소년 밴드동아리 경연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이 학생들은 지금도 수상이 믿기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대회에는 5명이 출전했다. 학교와 학원 수업으로 학생들은 늘 연습시간이 부족했다. 학교에서 보장된 방과후 학습시간은 충분하지 않아 점심시간을 쪼개 썼다. 학교 측 배려로 식사를 먼저 하더라도 남은 시간은 불과 20분. 한두 번 호흡을 맞추며 곡을 연주하면 수업을 위해 교실로 달려가야 했다. 그래서 연주할 곡을 선정하면 각자 알아서 악기연습을 하면서 호흡을 맞춰왔다. 함께 연습하는 시간은 더 소중하다.
이번 대회에서 이들은 가수 혁오의 톰보이(Tom boy)를 연주했다. 그런데 공연하던 중 문제가 발생했다. 앰프가 고장 나 1절 내내 기타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이를 알아차린 주최 측이 문제를 해결하면서 2절부터 비로소 준비한대로 연주할 수 있었다. 심사위원도 이 사정을 고려해서 채점했다고 한다.
학생들은 지난해에도 이 대회에 출전했었는데 그때는 ‘물’을 먹었다. 주현(2년) 군은 “대회 규정을 모르고 출전해 악보를 보고 공연을 했어요. 그런데 다른 팀들은 전부 외워서 딱 한곡만 하는 거에요. 준비가 부족해서 탈락했죠”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당시 두 곡을 준비했지만 규정을 숙지하지 못해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만반의 준비를 했다. 공연 의상을 준비하고 “떼창을 하도록 곡을 약간 편곡해서” 관객의 호응을 잘 끌어냈다. 그런데 수상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주현 학생은 “우리랑 같은 곡을 공연한 팀이 있었는데 훨씬 못했거든요. 그런데 인기상을 받는 거에요. ‘우린 올해도 못 받나보다’ 하고 체념하며 자리를 뜨려다 혹시나 하는 마음 있잖아요. 그때 우리가 불린 거에요. 우리끼리 진짜 이름 불린 거 맞냐며 어리둥절했죠”라고 회상했다.
학생들은 이번 수상으로 상금 30만원을 받았다. 아직 어디에 쓸지 정하진 않았는데 먹성을 감안하면 회식비로도 모자랄 것 같다. 다행히 송택상 교장이 부족하면 보태주기로 약속했다. 송 교장은 연습하는 학생들에게 피자를 사주며 격려하기도 했다.

▲오늘도 학생들은 연주하고 노래하며 꿈을 꾼다.

2학년이 주축이 돼 이번에 큰 상을 받아와, 1학년 부원들은 선배들처럼 잘 해야 한다는 부담이 커졌다. 한편, 실력 있는 선배들과 함께 연습하면 실력을 기를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이들의 경험은 지역 축제나 다른 학교 초청공연 등을 다니며 꽤 많이 쌓였다. 이들은 무대울렁증을 극복하려면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도 알고 있어 불러만 주면 어디든 공연하겠다는 입장이다. 제일고 밴드부 역사는 약 10년이 됐다. ‘카노’라는 이름은 최근부터 쓰였다. “원래 이름은 꿈으로 가는 시발점이라는 뜻의 ‘시발드림’이었어요. 작년에 순창고 축제 때 처음 초청공연을 갔는데 순창고에서 ‘시발’이라는 단어가 거슬렸나 봐요. 그 때 욕을 좀 먹었죠. 이번에 대회에 나가기 전 이름을 바꾸자고 얘기가 됐어요. 카노는 국어선생님 도움으로 탄생한 이름이고 라틴어로 ‘노래하라’는 뜻입니다.”
밴드부에 들어온 이유는 각자 다르나 활력을 얻고 새로운 꿈을 꾸는 것은 비슷하다. “무대만 올라가면 쑥스러워서 선글라스를 낀다”는 신수빈(1년) 양은 웃는 일이 많아졌다. 원래 내성적인 박강배(2년) 군도 어울리며 감정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김도현(2년) 군은 음악교사의 꿈을 키우며 작곡을 배우고 있다. 정창환(2년) 군은 자신의 뒤를 이어 드럼을 칠 후배가 없어 고민이 깊다. 선민정 음악교사는 학생들이 밴드를 통해 하나씩 장점을 발견하고 만들어가는 모습에 흐뭇하다. 학생들은 오늘도 감성 자극하는 곡들을 연습하고 또 맞춰본다. 내일의 관객과 무엇을 교감할지 고민하는 모습이 계속되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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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태 2018-02-11 01: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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